라틴아메리카 생태 위기와 부엔 비비르(책 속에서)

책 속에서

새로운 생태 문명 구축에 이바지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법률, 그리고 지리와 자연, 생태와 환경, 기후변화 같은 요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학제적·실증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지역적 특수성을 지구적 보편성과 연계시킬 수 있는 주제와 담론을 탐색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 ‘생태 위기와 부엔 비비르’의 문제를 천착한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세부적으로는 각기 다른 테마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괄적인 시각으로 살펴보면 유기적·학제적 연계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제반 현상을 통시적·공시적으로 천착함으로써 인류가 직면한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 ‘부엔 비비르(수막 까우사이)’를 모색하려는 열망을 지닌 필자들의 고뇌와 노력이 응축된 이 책이 라틴아메리카의 문제뿐만 아니라 참다운 생태 문명 구축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영감과 동기, 활력을 부여하기 바란다.

⏤머리말, 7-8쪽

문학은 나의 특권이 타자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하게 함으로써 우리가 타자의 삶과 고통을 공감하고 연민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그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준다. 따라서 역사적 비극을 기억하고, 성찰하고, 연민하고, 치유하는 것은 문학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 바르가스 요사는 『켈트의 꿈』을 통해 극단적인 폭력에 희생된 인간의 경험과 ‘훼손되지 않았어야 했던 것의 훼손’에 관해 증언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에 관한 문학적 성찰과 작가의 진정한 책무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 준다.

⏤1장 아마존의 야만적인 고무 산업과 원주민의 인권 유린, 35-36쪽

파국을 맞은 멕시코시티를 통해 「사내」와 「괭이」는 멕시코 사회의 다양한 층위에 존재하는 물질적, 육체적 타자에 대해 조명했다. 지하 도시의 모든 개체는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지진의 잔혹한 상황에 직면하기 전에 이미 파손된 상태이다. 인간-너머 존재로 가득 찬 지하 세계는 오늘날 사회에 내재된 악순환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된다면 실현 가능한 미래에 펼쳐질 수 있는 상상의 세계이다. (……) 현실의 삶을 반영하는 자연재해와 인간이 만든 재난의 희생자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붕괴된 멕시코시티와 같은 비인간적 존재를 통해 근대성의 숨겨진 이면을 드러낸다 할 수 있다.

⏤2장 재난의 일상화, 66-67쪽

멕시코는 다시 한번 경제 발전의 중요한 진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급망 재편성과 니어쇼어링이 제공하는 기회는 경제를 성장시키고, 생활 수준을 높이며,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발전을 위한 조건을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차기 멕시코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에너지 개혁 혹은 국가 외 시장 간 균형을 맞추는 에너지 부문의 전략적 비전을 개발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멕시코는 투자 환경이 맞다면 개발할 수 있는 막대한 화석연료 및 재생가능에너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비전이 포괄적인 방식으로 개발되면 에너지 안보, 형평성 및 지속 가능성이 모두 달성될 수 있다.

⏤3장 2024 글로벌 공급망 가치 사슬 변화, 78-79쪽

라틴아메리카 안데스 지역에서는 고대 때부터 ‘대지의 어머니’를 뜻하는 ‘파차마마(Pachamama)’를 대자연에 빗대어 숭배하는 문화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에서는 ‘좋은 생활’ 및 ‘좋은 삶’을 의미하는 옛 인디오(원주민)의 문화와 철학이 이어져 오고 있다. 볼리비아의 ‘부엔 비비르(Buen Vivir)’, 그리고 에콰도르의 ‘수막 카우사이(Sumak kawsay)’라 불리는 개념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공동체 간의 균형과 조화를 강조하는데, 부엔 비비르는 개인의 복지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자연과의 상호작용에도 주목하며 보다 균형 잡힌 방식으로 사회를 발전시키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수막 카우사이는 물리적인 풍요와 경제적 성공만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 문화적 다양성, 지역사회의 공동체적인 삶, 그리고 환경과의 균형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접근을 추구한다.

⏤4장 지구법학과 자연의 권리, 98-99쪽

브라질의 생태중심 법 구축 동향과 관련된 소식과 연구는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 브라질은 방대한 영토와 지역별로 다른 사회경제적 수준, 연방제라는 특성 때문에 자연권 인정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감대를 단번에 이끌어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환경·생태 위기와 그것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제적 경각심,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분위기, 자연권 인정에 있어 선구적 행보를 보이는 이웃 국가들에 영향을 받아 브라질에도 관련 논의가 공론화되고 있다.

⏤5장 생태적 전환을 위한 브라질 사회의 실천, 123쪽

갈레아노는 자연과의 화합을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인간중심주의적 삶의 행태에서 벗어나 자연중심주의적 삶의 형태를 유지하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태계 내 각종 요소의 역할을 인정하며 그들만의 세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인간의 욕망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 갈레아노의 근본적 생각이다. 자본주의 체계에서 이루어진 중심부의 주변부에 대한 수탈과 착취도 인간 욕망의 산물이다. 인간의 욕망이 자연 생태계 파괴의 주범인 것이다. (……) 그래서 갈레아노는 인간과 대지(大地)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화합의 당위성과 중요성을 강조한다.

⏤6장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바라본 라틴아메리카의 환경 위기와 생태학적 전망, 164쪽

환경 변이는 생태계 순환의 훼손에서 비롯되고 농업 생태계도 이러한 범주에서 움직인다. 개발로 인한 자연 파괴가 계속된다면 생태적 대전환 없이 미래의 생존은 농업에서도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인위적으로 파괴된 생태·환경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문제점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기업농을 중심으로 대규모의 삼림 파괴가 거침없이 진행되던 선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자연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합한 규모의 농지 조성과 함께, 지역 특유의 순환이 가능한 생산 환경 확립이 절실한 때다.

⏤7장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브라질의 농업 생태계 조성과 식량 안보, 145쪽

아마존에서는 열대 우림을 목초지와 농지로 개간하기 위해서 매년 건기에 연례적으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온실가스를 흡수하여 기후변화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산불에서 발생하는 탄소 에어로졸은 생태계와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끼친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증가하고 건기가 길어지면서 아마존에서 산불도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산불로 인해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보다 건강에 더 많은 피해를 끼치는데, 산불이 증가할수록 대기의 초미세먼지도 증가한다.

⏤8장 아마존 열대우림에 위치한 포르토벨호 지역에서 산불과 초미세먼지의 특성 연구, 194-195쪽

안데스 지역에서는 원주민을 중심으로 아이유(ayllu) 공동체의 재구축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유 재구축 운동은 정복 이후 지속된 원주민에 대한 억압, 차별, 배제에 대한 저항일 뿐만 아니라, 원주민의 자치와 해방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다. 안데스 원주민은 자신들의 공동체인 아이유를 다시 건설함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의 착취와 억압을 극복하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새로운 세계를 이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추구하는 삶, 수막 까우사이(Sumak Kawsay)이다.

⏤9장 안데스 원주민의 공동체주의, 216-217쪽

동굴 기우제는 산 안드레스에서 행해지는 가장 오래된 생산 의례이다. 동굴 기우제는 생산 의례를 넘어 스페인 정복 전 이 땅에 자리 잡고 있었던 메소아메리카 문화의 보고(寶庫)이다. 동굴 기우제는 식민지 시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옥수수를 생산하며 살아온 산 안드레스 주민들에게 생명력을 부여해 왔다. 물론 동굴 기우제에 깃든 메소아메리카 문화, 특히 자연관은 가톨릭 종교와 결합하면서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 무릇 모든 자연 현상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신성과 함께 유지되었던 호혜적 관계는 가톨릭의 강요 속에서 신과 악마라는 이분적 구조, 이른바 이원(二元) 대립으로 변화했다. (……) 이런 변화 속에서도 주민들은 부지불식간에 가뭄, 나쁜 결실 등의 현상을 아주 자연스럽게 동굴 기우제와 연관시키며 전통적 세계관을 오늘날까지 지켜 왔다. 여전히 동굴은 우주 에너지의 창조자가 사는 곳이다.

⏤10장 동굴 기우제에 비친 아스떼까 원주민의 자연관, 269-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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