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을 지닌 콜롬비아 커피

오랜 기간 콜롬비아 국민의 생계에 큰 도움이 되어 온 커피 산업이 콜롬비아의 경제, 수출,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게다가 커피는 내전으로 인해 거의 ‘실패 국가(failed state)’로까지 실추된 국가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콜롬비아에서는 커피를 문화이며 예술인 동시에 생활방식이며 열정이라고 한다.

  • 현재 세계인의 일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된 ‘커피’의 어원에 관한 설은 아주 다양하다. 많은 설 가운데 하나는 커피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의 카파(Kaffa)라는 지명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힘’을 뜻하기도 하는 카파가 터키어의 카베(Kahve)가 되고, 아라비아로 전파되면서 가와(Gahwa) 등으로 불렸다. 12세기 십자군 전쟁 때 유럽에 처음 소개되어 널리 전파되면서는 카페(café, caffe), 커피(coffee) 또는 카페(kaffee)가 되었다. 또 하나의 설은 술(Wine)을 의미하는 아라비아어 ‘카와(Qahwa)’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술을 마실 수 없었던 이슬람 신자들이 술 대신에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를 ‘이슬람의 와인’으로 불렀다. 카와는 15세기에 예멘에서 확산되었다. 당초 카와는 캇(khat)이라는 식물의 잎으로 만든 차 음료였으나 예멘의 아덴에서 커피로 만든 카와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커피와 캇 모두 에티오피아에서 재배되는 식물이지만 카와라는 음료는 예멘 태생이다. ⏤1장 역사와 커피, 커피의 역사, 15쪽

국제 커피 가격은 시장의 힘, 자연의 현상, 인간의 탐욕이 복잡하게 뒤얽히면서 하락과 상승의 사이클을 이어오고 있다. 커피는 다른 곡물과는 달리 다년생 작물이라서 커피 농장을 만드는 데 많은 자본이 투자되고, 다른 작물로 교체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공급 과잉을 조정하기도 쉽지 않고,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묘목을 심은 후 약 4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기 때문에 수요 증가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도 없다. 게다가 병충해 확산, 전쟁 발발, 정치적 격변, 시장 조작 등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를 한다.

이 책은 다년간 중남미 지역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중남미 문학과 문화를 연구·소개해 온 저자들이 콜롬비아 커피를 사회문화적·생태 인문학적으로 탐구한 결과물이다. 커피에 관한 책은 세상에 무수히 많지만,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집중적·총체적으로 탐구한 서적은 발견하기 어렵다. 이 책에는 저자가 중남미 지역에서 다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수집한 각종 책자, 신문, 잡지, 인터넷 자료 등 다양한 정보와 자료가 집약되어 있다. 특히, 저자는 콜롬비아 커피 생산지를 직접 돌아보며 커피 생산자들과 커피 관련 기관의 담당자들과 교류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생생한 정보와 직접 찍은 사진 자료 등을 토대로 콜롬비아 커피의 ‘생태 경제학’을 서술했다. 저자들은 오랫동안 콜롬비아에서 커피를 관찰하고 탐색하고 음미해 온 바를 토대로, 콜롬비아 국민의 삶이 되어온 커피를 통해 역사와 문화, 산업과 생태 경제학을 아우르는 콜롬비아의 생태 경제학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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