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시민으로 살아가기: 에코크라시를 향하여(본문 중에서)

본문 중에서

(……) 기후변화나 사회 위기에 대한 국가와 기업의 태도를 볼 때, 우리는 이들의 조치를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정부, 의회 등 국가는 관료제의 경직성과 기업의 로비 등으로 진정한 친환경 정책을 실행하기 어렵다. 기업은 단기 이익에 급급하여 장기적이고 윤리적인 정책을 지지할 리 만무하다. 따라서 희망은 시민사회와 시민에 있다. 시민은 상호협력과 연대를 통해 국가와 기업을 견제하고 생태위기를 막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생태시민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 들어가는 글, 16쪽

196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인식되고 이것에 대한 해결 방안이 모색되면서 생태학의 원리들을 인간 삶에 적용해야 한다는 움직임으로서 생태주의가 탄생했다. 이렇듯 환경운동의 이념인 생태주의는 자연과학으로서의 생태학에 그 뿌리를 둔다.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생태주의 환경관은 20세기 들어 급속히 발전한 생물학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

⏤ 1장 공해의 탄생과 시민의 대응, 61쪽

따라서 서로 다투거나 일방의 권력 독점으로 귀결되는 홉스적 의미에서의 권리는 자연의 특성과 거리가 멀다. 생물을 포함하여 자연의 모든 개체는 연결되어 있고 서로 돕는다. 권리보다는 통의에 가까운 ‘rights’ 개념, 즉 ‘통하는 정의’는, 공유지의 공평한 사용을 위해 규칙을 마련해야 하는 것처럼, 개체의 이익 확보가 아닌 ‘관계의 규범’으로 이해해야 한다. 해변에서 5킬로그램의 조개를 채취할 수 있는 ‘권리’는 동시에 5킬로그램밖에 채취할 수 없다는 ‘제약’이기도 하다.

⏤ 2장 시민의 역사와 생태시민의 대두, 111-112쪽

(……) 다른 가치와 마찬가지로 권리는 완성형이 아닌 과정으로서 계속 재구성되고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나 재산에 부여된 최초의 권리는 미미하고 시시했으나, 하나의 씨앗이 전체 숲을 바꾸는 천이의 원리처럼, 이후 그 확산 과정을 봤을 때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권리는 이제 자연에도 주어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017년 3월 뉴질랜드는 세계 최초로 ‘강’에다 인간과 동등한 법적 권리를 부여했다. 황거누이 강의 오염을 우려한 뉴질랜드 의회와 원주민 마오리족이 합작해서 지구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 2장 시민의 역사와 생태시민의 대두, 113-114쪽

(……) 시민성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구성되면서 그 의미와 중요성이 변화되어 왔다. 근대의 시민성은 국가를 경계로 하는 국민이 갖추어야 하는 특성이었지만 현대에는 더 확대되어 ‘세계시민성’이 거론된다. 또한 시민성은 계급 개념이 담지 못하는 여성, 이민자, 소수자 등을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평가된다. (……) 무엇보다 시민성 개념의 강점은 그 역사가 보여준 것처럼 확장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이제 시민성은 인간을 넘어 다른 생물도 포괄하는 생태시민성으로 나아가고 있다.

⏤ 3장 생태시민성 이론, 127쪽

(……) 생태시민성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이 여성운동, 인종차별 반대 운동, 노동운동 등 다른 해방운동과 다른 점이 바로 이 점이다. 다른 운동에서는 운동 주체가 그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나 자연의 권리는 그 스스로가 아닌 인간에 의해 방어된다. 이는 시민성이 권리와 자격뿐 아니라 의무와 책임과 관련됨을 보여주며 공동체와 관련된 문제임을 일깨워준다고 그는 지적한다. 즉 이제까지 책임성 개념도 인간 영역에만 적용되었는데 생태시민성은 이러한 책임성을 자연계에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보다 사회가 우선한다는 생각에 도전하는 것으로, 인간의 모든 목표의 달성 여부는 생물계의 온전함에 달려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 3장 생태시민성 이론, 134-135쪽

요즘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특히 도도한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집사는 단순히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관심과 사랑을 갖고 또한 상대와 교감하며 위로를 받는 존재다. 사람이 고양이를 돌보는 것 같지만 그 반대로 고양이가 집사를 돌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집사는 다른 존재를 지원하고 이들의 역량을 키우면서 동시에 본인도 함께 성장한다. 돌봄과 사랑을 통해 타 존재와 교감하고 관계를 풍성히 하며 자신을 키워가는 ‘집사’가 늘어나는 현실은 고무적이다.

⏤ 4장 집사로서의 생태시민, 175-176쪽

집사로서의 생태시민이 다른 존재를 돌보고 공경하며 사랑한다면, 동료로서의 생태시민은 다른 존재를 믿고 의지하고 협력한다. 이것은 파트너십으로 인간-자연관계에 대한 즈베이르스의 네 번째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 자연은 인간의 아래나 위가 아니라 옆에 존재하며, 독립적이고 자신의 고유의 가치를 가진다. 파트너란 상호작용과 상호발전의 역동적 과정에서 함께 존재하고 함께 일하는 것이다.

⏤ 5장 동료로서의 생태시민, 175-176쪽

여기서 ‘참여’한다는 것은 ‘일부가 되는 것’이며 ‘적극적’이고 ‘책임지는 것’이다. 즈베이르스는 연극의 비유를 들어 참여는 인간이 하나의 역할을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외부자(outsider)이거나 관람자(spectator)가 아니며 또한 연극을 지배하지도 않는다. 인간은 ‘합리성과 자의식을 부여받은 존재’라는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특성을 갖고 연극에서 의미 있고 창조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당연히 다른 비인간 생물도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갖고 참여한다. 이 연극에서는 주연, 조연이 따로 없고 각본도 미리 주어지지 않는다. 네그리와 하트가 말하는 다중(multitude)처럼 모든 생물은 각자의 특이성들을 드러내면서 줄거리를 이어간다.

⏤ 6장 동료로서의 생태시민, 226-227쪽

우리는 대안적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우리의 능력은 무엇인지 탐색할 수 있다. 칼리스 등은, 볼리비아, 인도, 그리스, 스페인까지 여러 시골, 도시 지역에서 공부하고 살았던 과거를 돌아보건대 한 가지 대답을 제시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모두 안에서 살아감”과 “자기됨”이다. (……) 마치, 인간의 대장 속 미생물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기회균이, 유익균이나 유해균 중 더 우세해진 균을 따라, 그 균처럼 기능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생태적 변화를 이룰 동료와 만나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러한 가운데 ‘자기됨’을 발견하면서 정의롭고 아름답게 생태시민성을 구현하고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 나오는 글,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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